2021년 1월 7일 목요일

[C&C Leadership 기고글] 비대면 캠퍼스 SFC 체험기(원본)

비대면 캠퍼스 SFC 체험기


2020년 1월 19일 우한에서 입국한 국민이 20일에 대한민국 최초의 코로나 19 확진자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 정부는 2020년 2월 24일부터 감염병 위기경보를 경계 단계에서 심각 단계로 격상하며 현재까지 발효 중에 있습니다. 이에 따라 캠퍼스의 상황은 극변했습니다. SFC에서 예년과 같이 치러진 마지막 전국단위 행사로는 2년차 간사 교육인 카이로스 교육이 마지막일 것 같습니다. 제가 속한 경남마산지부SFC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발효되기 전에 3박 4일로 진행된 1학기 알돌학교가 마지막이었습니다.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가 심각 단계로 격상되면서 캠퍼스의 분위기는 한 순간에 변했습니다. 사실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유행 때도 WHO는 펜더믹 선언을 하였고 우리 정부는 감염병 위기경보 심각 단계를 발령하였습니다. 하지만 학교 수업이나 동아리 활동, 경제 활동 등에 아무런 제한이 없었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가 있을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신종 인풀루엔자에 비하면 전염력이나 치명성이 훨씬 웃돌았고 사상 초유의 대학 개강 지연 및 온라인 개강이라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캠퍼스는 텅텅 비게 되었습니다.

캠퍼스에 학생이 없는 상황. 개강이 연기된 상황 가운데 그저 손을 놓고는 있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각 학원SFC의 역량으로는 상황을 넘어설 수는 없을 것 같았습니다. 처음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던 3월은 비대면 모임이라는 것이 모두에게 낯선 것이었기 때문에 쉽사리 어떤 것을 무엇을 통해서 할지 고려하기도 생각하기도 어렵던 시기였습니다. 그래서 간사회가 먼저 움직였습니다. “온유한 큰모임”이라는 이름으로 온라인 경남U 큰모임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개강이 연기된 한 달간 진행되었고 유튜브 라이브를 통해서 경남U에 소속된 운동원들에게 공유되었습니다. 공개 온라인 라이브 영상답게 U에 소속된 대학생들뿐만 아니라 지방과 지구에 소속된 중고생 운동원들에게도 노출되어서 상당한 호응을 얻었습니다. U 위원들도 기쁜 마음으로 함께 해주어서 풍성한 모임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4월이 되자 각 캠퍼스는 온라인이라도 개강하는 추세가 되었습니다. 온유한 큰모임으로 온라인 비대면 모임에 가능성을 보았던 각 학신은 개강한 이후에는 각자 학원별로 모임을 가지기로 했습니다. 카카오톡의 라이브톡 기능, 밴드의 라이브 기능, 유튜브 라이브, 줌 회의 등 여러 플랫폼으로 여러 방식으로 모임을 진행했습니다. 제가 맡은 학신들은 자체적으로 비대면 모임을 진행할 만한 여력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예전부터 활용했던 블로그를 이용해서 온라인 모임을 해보려고 계획을 세웠습니다.

제가 맡은 학신들은 모두 작은 학신들이라 제가 큰 모임이든 작은 모임이든 구분하지 않고 인도해왔습니다. 큰 모임에는 운동원들이 배우길 원하는 성경책 한 권을 선정해서 함께 배우는 시간을 가졌고, 작은 모임에는 지부에서 정한 커리큘럼대로 교재를 함께 읽고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온라인 모임의 단점은 서로의 나눔이 부족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양방향 소통보다는 강의를 하는 간사의 일방향 통신이 될 것 같아서 과감하게 모임 시간에 강의하는 시간을 빼기로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후원자들과 담당 운동원들이 제 지난 강의를 볼 수 있도록 준비한 블로그가 있는데, 그곳을 통해서 모임 시간에 나눌 강의를 먼저 올려놓고 자율적으로 본 후 카카오톡 라이브와 구글 미트를 통해 모여서 복습 퀴즈를 풀고 느낀 점이나 궁금한 점을 나누는 시간으로 가지기로 했습니다. 

강의는 15분 내외의 짧은 영상으로 구성하였습니다. 강의 내용은 성경 한 권을 단락을 나누어 차례차례 다루는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강의는 항상 PPT와 함께 했는데, 영상을 만드는 도구가 MS사의 파워포인트를 활용했기 때문입니다. 복습퀴즈와 나눔은 처음에는 카카오톡 라이브로 했다가 요즘은 구글 미트로 진행합니다. 퀴즈는 강의 내용 중에 핵심인 부분, 강조하고 싶은 부분들을 선정해서 문제를 냈고 답은 PPT에 거의 표시되어 있던 내용들이라 그리 어렵지 않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강의에 잘 듣고 따라와주는 운동원들에게 항상 고맙습니다. 그런데 나눔에 있어서는 제가 의도한 만큼 깊은 나눔이나 질문이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나눔 시간을 확보한다고 해서 비대면 모임 안에 대면 모임만큼의 친밀함이나 허물없는 대화를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완화되고 난 후, 학교에서도 기숙사 입사를 시작할 즈음에 한 달에 한 번 정도 대면 모임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대면 모임을 시작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걸렸고 그 동안 지방 중고생 대회를 통해 연락처를 받았던 새내기 운동원과는 굉장히 소원해졌습니다. 재학생들이야 겨울 중고생 대회를 섬기고 난 뒤에 근 3~4개월 만에 만나는 거라 굉장히 반갑고 이야기할 거리도 많이 쌓였지만, 새내기들은 학교에도 가보지도 못했고 수업이나 과생활 제대로 할 수 있던 것도 아니라 선배들과는 전혀 접점이 없었습니다. 선배들도 새내기들도 서로를 어려워하니 결국에는 신입생들이 모임에 소극적이게 되었습니다. 그 중에 남아서 열심히 하는 친구도 있지만 새내기 서로에게 영향력을 주지는 못하는 형편입니다. 공강 시간에 동방에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하고 시간되면 밥도 같이 먹는 자잘한 시간이 없으니 학생신앙운동이 말씀 학원이 되는 듯한 착각이 들었습니다. 선배가 후배에게 영향을 주고 위원이 다른 운동원들에게 영향을 주는 것이 결코 다른 특별한 것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자잘하고 사소한 시간과 공간 속에서 일어난다는 변하지 않는 진리가 증명되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비대면 모임은 확실히 정보 전달과 시간과 공간에 제약이 없다는 점에는 엄청난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을 알고 사람을 배우는 데에 있어서는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SFC의 캠퍼스 사역이 학생을 만나 운동원이 되게 하고 성경적 리더쉽으로 길러내는 것이라면 비대면 모임은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그 캠퍼스, 그 학신, 그 운동원 저마다의 색깔과 체취와 온도가 다르기 때문에 그를 알고 배워야 합니다. 하지만 환경과 상황이 녹록치 않기에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도 생각합니다.
 
달라진 환경과 불리해진 상황만을 탓할 수는 없습니다. 선배들은 전쟁통에도 모여서 수양회를 했다고 합니다. 우리도 이것 저것 재지 말고 모이자 라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선배들이 전국학생신앙운동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하고자 했던 생각들이 무엇이었는지, 그들이 한 마음으로 동의하고 한 걸음으로 걸을 수 있었던 길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선배들이 수양회를 통해 채우고자 했던 갈급함은 무엇이었는지? 그 갈급함은 어떤 경로를 통해 깨닫게 되었는지? 그것이 어떻게 매년 이어져 내려왔는지? 간사 사역을 하면서 질문하고 답을 하고 적용해보고 수정하고 가르쳐 전수해야 할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봅니다. 그 때의 그 마음으로 지금 이 때를 생각한다면 우리 나름의 생각과 답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것들을 풀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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