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이 든 마루 위에는 생각 없이 누워 있는 책들이 있다.
읽다가 만 것도 있고, 읽다가 커피를 흘린 것도 있고,
읽다가 빈칸에 열심히 적어 놓은 것도 있고,
읽다가 줄을 그어놓고 후회한 것도 있다.
책을 읽기에는 날씨가 좋아 생각없이 책들을 펼쳐 놓았다.
읽어야 할 책들의 표지만 뚫어져라 쳐다본다.
차라리 비가 왔으면 이런 생각 안하고 책이나 읽었을 것이다.
볕이 잘 드는 오후의 마루는 이런 생각 저런 생각 없이
머리를 기대어 나른한 낮잠에 빠지거나
머리를 비우러 개운한 산책을 나가겠다.
책들을 펼쳐놓고 그냥 갈 수 없으니 다시 책장에 정리하여
따듯한 볕을 나무라는 생각으로 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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