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할머니
우리 외할머니는 꽤 똑똑한 분이셨다.일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셨기에 일본어도 잘하시고 글자도 잘 쓰셨다.
한자도 잘 읽으시고 한글도 잘 쓰시고
언젠가 할머니댁에 갔더니 일본의 큰집의 사람들이 왔었다.
나는 아무말 못하고 할머니만 즐겁게 그리고 유창하게 일본어로 반갑게 친척들과
이야기하는 모습에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시골에 혼자서 농사 지으시고 살던 그 모습, 오늘 읽었던 이옥남 할머니와는
다른 삶을 사셨다는 생각.
할머니의 삶을 다 알 수 없다. 내가 조금씩 어른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이고
들을 수 있었던 대학 1학년 때, 세상을 떠나셨기 때문이다.
좀 더 나은 모습으로 그 안에 담긴 것들을 표현하며 살 수 있었지 않았을까?
좀 더 괜찮은 곳에서 삶을 영위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그러나 할머니의 마음은 생각은, 느낌은 알 수 없다.
어제와 같은 오늘에 힘들어하는 나에게 갇혀 이해하지 못할뿐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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